오랫동안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습니다.
매일이 쫓기듯 흘러가고, 어느샌가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지요.
그러다 문득,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난 시간들이 아쉽게 밀려왔습니다.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의 호흡으로 살아보기로.
그렇게 사진 미학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바라본 세상은, 익숙하지만 낯설고, 조용하지만 깊었습니다.
나는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멈춘 프레임 속에서 내 속의 언어들과
잊고 지낸 ‘나’를 조금씩 만나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내 마음의 흔적이고, 나만의 회복의 기록입니다.
3월에 내린 함박눈 선물을 시작으로, 첫 출사 고궁의 시간, 햇살 품은 꽃봉오리, 산책로의 소소한 풍경, 문래동 철물점, 미술관 나들이, 압구정 명품관 거리 등등 그리고 지나간 계절의 조용한 속삭임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마음이, 당신의 하루에 작은 쉼이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잠시 멈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건 무엇일까요?
눈앞에 있는 것을 본다고 해서, 정말 그것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숨, 기다림, 시간, 슬픔과 평온 사이의 작은 떨림 같은 것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당신도 그런 ‘느낌’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꼭 정답을 찾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잠시 멈춰 서서, 마음 안의 어떤 울림을 들어보는 시간.
그게 이 책이 바라는 단 하나의 일이니까요.
‘나’를 찾는 여정에서 늦은 나이에 심리상담을 공부했고, 어느덧 10여 년째 상담 기관에서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걸어온 길 위에서, 문득 나를 위한 쉼이 그리워졌습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던 어느 날, 사진이 다가왔습니다.
사진은 말보다 느리지만, 더 깊고 진지하게 위로를 전하는 도구였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삶의 찰나를 들여다보며, 이제는 상담사이자 사진 에세이 작가로서,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내 마음에 말을 걸고자 합니다.